-우울증이 있나.
“지난해 여름부터 심해졌다. 고통은 말로 표현이 안 된다. 그러니까… 완전히, 아무런 의욕이 없는 그런 거다. 이대론 죽을 것만 같아 지난해 10월 병원에 찾아갔다.”
정씨는 취재진이 찾아간 다음 날인 28일 대구의 한 병원에 갔다. 정신과 통원 치료 중이기 때문이다. 그는 우울증 약을 하루에 두 번씩 먹는다.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모두가 자신의 욕을 하고 있는 듯 느끼는 피해망상증도 있다.
-여름부터 심해진 이유가 따로 있나.
“집안에 불화가 있었다. 아버지와 관련된 일이다.”
-그게 전부인가.
“ 지난해 8월 대입검정고시를 패스했다.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해 3~4개월 공부했다. 그런데 이상했다. 검정고시 붙으면서 우울증이 심해졌다. 시험 붙으면 뭔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는데…. 시험 붙고 알았다. 이런 게 내 생활과 미래를 전혀 바꿔 놓을 수 없다는 걸.”
카페 ‘suicide04’의 ‘04’는 ‘공포’란 의미일 거라는 말이 인터넷에서 돌았다. 그러나 정씨의 휴대전화 끝자리일 뿐이다. 정씨는 “차라리 혼자 죽을 걸, 말 못할 죄책감뿐”이라고 했다.